중계방송에서 ‘라운드 블랙 스완’을 봅니다.
“트리플 보기가 됩니다.”
프로 경기에서 카메라에 잡히는 상위권 선수가 내는 스코어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인데 2023년 맥콜 모나 용평 오픈에서 나왔습니다.
버치 코스 1번 홀 파 5홀 티샷은 내리막, 그다음 샷은 완만한 오르막이며 두 번째 샷 할 때는 그린에 있는 핀만 보입니다. 장타자 반열에 오른 선수는 드라이버 샷으로 306m를 보냈습니다. 충분히 투 온 할 수 있는 173m가 남았습니다. 두 번째 샷으로 아이언을 선택했습니다. 임팩트 이후 오른손을 놓는 모습을 보였습니다. 공은 그린 왼쪽 언덕에 맞고 튀어 자작나무 뒤 숲 쪽으로 들어갔습니다. 공이 보이긴 하지만 주위에 억센 풀 등 장애물이 많습니다. 세 번째로 친 샷은 공 앞 단단한 풀에 걸렸는지 뒤로 폴짝 날아갑니다. 관목 밑에 있어 카메라로는 볼 수 없습니다. 네 번째 샷을 어프로치 하듯 짧은 스윙으로 강하게 쳐 냅니다만 공은 자작나무 밑으로 갑니다. 다섯 번째 샷은 나무 때문에 핀 쪽으로 칠 수 없어 옆으로 레이업 합니다. 여섯 번째 어프로치 샷으로 온 그린 후 퍼팅 두 번으로 홀아웃합니다. 세 타를 잃으며 이후 점수를 만회하지 못해 커트 탈락하고 맙니다.
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고 그 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에 ‘라운드 블랙 스완’이라고 부르겠습니다.
블랙 스완은 미국 금융분석가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2007년에 쓴 책 제목입니다.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습니다. 과거 경험으로는 전혀 예측하기 힘든,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위기상황을 뜻합니다. 탈레브는 2009년 매경지식포럼 연사로 한국에 와 블랙 스완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. 코로나 19도 이전 팬데믹과 다른 블랙 스완으로 볼 수 있습니다. 블랙 스완은 호주에서 볼 수 있는 흑고니입니다. 탈레브 책이 나온 후 보기 전이나 알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던 현상, 과거 경험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, 갑작스럽게 생겨나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힘들며 충격도 큰 상황을 비유하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.
프로 경기에서도 블랙 스완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. 티 샷이 연거푸 OB가 나면서 서너 번 친다거나, 페널티 구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친 샷이 더 어렵게 된다거나, 룰을 잘 못 적용해 벌타를 받는 경우입니다. 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지만 부단한 연습을 하는 프로가 어처구니없는 샷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.
라운드 블랙 스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 기록과 경험을 의지하되 현재 필드와 그린 핀 포지션, 본인 컨디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법을 택합니다. 금년 코스 세팅은 러프는 짧게 해 부담을 줄인 반면 홀을 어려운 데 위치시켰다고 합니다. 또 다른 방법으로 아마추어는 더블보기를, 프로는 보기를 피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점수를 줄여야 하는 홀과 잃지 않아야 홀을 구분해 대형참사를 막습니다.